미국의 서머타임 역사 속에서 반복된 시행과 논란
미국에서 서머타임은 1차 세계대전 중 처음 시행되었으며, 특히 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연료 절약과 생활시간의 표준화를 위해 연중 내내 적용된 바 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날 무렵인 1945년, 여론조사 기관 갤럽(Gallup)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단 17%만이 소위 '전쟁 시간(war time)'으로 불린 서머타임을 계속 유지하길 원했고, 결국 원래대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후 1970년대 초 석유 위기 당시 연료 절약을 목표로 1973년 겨울부터 1974년까지 다시 한번 연중 서머타임이 도입되었으나, 어두운 아침에 등교하는 어린이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국민의 반감이 급속도로 커졌다. 결국 학교들은 수업 시작 시각을 늦추는 등 혼란을 겪었고, 대중의 불만이 심해지면서 1974년 가을 미 의회는 다시 표준시(Standard Time)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서머타임은 연방법상 모든 주가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하와이, 애리조나주 대부분, 그리고 카리브해와 태평양 지역 일부 미국령은 서머타임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미 의회에서는 계절마다 두 번씩 시간을 변경하는 불편함 때문에 정당을 불문하고 서머타임을 연중 유지하자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었고, 실제로 2022년 3월 미 상원은 만장일치로 '햇빛 보호법(Sunshine Protection Act)'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하원에서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법안은 2022년에 무산되었고, 2023년 3월 다시 상원의원들이 이 법안을 재추진하여 상정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공화당 하원의원 번 뷰캐넌(Vern Buchanan)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하원에 재상정하여 서머타임 유지에 대한 논의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서머타임 도입에 관한 상반된 연구 결과와 논쟁
서머타임 도입의 장단점을 두고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5년간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1시간의 시간 조정은 우리 몸의 생체 리듬을 교란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들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서머타임 시작 직후 사람들은 수면 시간이 갑작스럽게 1시간 줄면서 교통사고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고, 심장발작 위험 역시 증가한다고 알려졌다. 반면, 늦은 오후와 저녁에 1시간의 추가 일광 시간이 생기면서 강도와 같은 범죄가 감소한다는 긍정적인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추가적인 햇빛이 우울감을 줄이고 행복감을 증가시킨다는 의견이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서머타임을 통해 에너지가 절약된다는 주장이 전통적으로 가장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크지 않거나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여가산업 분야, 예를 들어 골프 연습장과 같은 실외 스포츠 및 레저 활동 업체들이 서머타임 도입을 강력히 지지했다. 이는 퇴근 후 저녁 시간에도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어 소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영화 산업은 서머타임을 반대했는데, 밝은 저녁 시간이 극장 관객 수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농민들 역시, 이른 아침 수확물을 시장에 내놓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서머타임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서머타임 유지 여부의 미래와 미국 사회의 선택
결국 서머타임 유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다. 하루 중 일광 시간이 아침에 더 많은 것이 좋은지, 아니면 저녁에 더 많은 것이 좋은지는 개인의 생활 방식과 선호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정 집단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머타임 논의는 미국 사회에서 계속해서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정치권에서 서머타임 유지 법안이 반복적으로 상정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각 주의 상황에 따라 입장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사람들이 수면과 생활 리듬의 중요성을 점차 더 인지하고 있으며, 계절마다 시간을 바꾸는 것이 가져오는 혼란과 불편함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의회는 서머타임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머타임을 유지하든 폐지하든, 사회 구성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의된 방식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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