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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수면과 성생활의 연관성 및 생리학적 기전

by mongddang1 2025. 3. 27.

수면과 성생활의 연관성 및 생리학적 기전


현대 사회에서 많은 커플들이 성적 친밀감의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욕 저하의 원인을 업무 스트레스, 육아 문제, 관계 갈등 혹은 심지어 외도 등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성생활의 질과 만족도 저하는 수면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는 단순히 피로나 연령 증가로 치부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노스웨스턴대학 파인버그 의과대학의 수면 의학센터장 필리스 지(Phyllis Zee) 박사는 성적 욕구 감소나 성생활의 어려움이 있을 경우, 개인과 파트너의 수면 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수면의 질이 나빠지면 남녀 모두 성욕을 촉진하는 핵심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분비량이 감소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에게만 국한된 호르몬이 아니라, 여성의 성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일반적으로 새벽 3~4시경부터 증가하여 아침 시간대에 최고치를 기록한다. 하지만 수면이 부족하거나 자주 중단되는 경우,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적 욕구가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2017년 북미 폐경학회(Menopause Society)의 연구에서는 매일 밤 7~8시간 이하로 잠을 자는 50세 이상의 여성들이 그 이하의 잠을 자는 여성들에 비해 성적으로 덜 활동적이라고 보고되었다. 특히 70세 이상의 여성은 하루 5시간 이하의 잠을 잘 경우 정상적인 수면을 하는 여성에 비해 성적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약 30% 낮아졌다. 또한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수면이 부족한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감소할 뿐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수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반대로, 수면 시간이 늘어날수록 성적 욕구와 성생활의 질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수면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다음날 성관계를 할 확률이 약 14% 증가했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수면장애가 성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잠재적 위험 요인


만성적 수면장애는 개인의 성기능과 성적 만족도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미국 내 수백만 명이 겪고 있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bstructive sleep apnea)은 남성의 발기부전 및 여성의 성기능 장애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반복적으로 호흡이 10초 이상 정지되는 질환으로, 이에 따라 뇌의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전반적인 신체 기능만 아니라 성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코골이, 야간 발한, 치아 갈기, 두통 등이 있으며, 이러한 증상이 있는 경우 전문적인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불면증(insomnia)은 성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수면장애이다. 불면증을 가진 사람은 수면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각성 상태가 자주 반복되어 만성적인 피로를 느끼고, 성적 활동에 대한 흥미가 현저히 감소한다. 이러한 수면장애는 장기적으로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의 위험도를 증가시키며, 혈류 장애를 유발하여 성적 기능 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생체 시계 유형(chronotype)이 성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체 시계 리듬 장애(circadian rhythm disorders)는 개인의 사회적 또는 직업적 요구 시간과 실제 수면 시간이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하며, 이는 성생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교대 근무자와 같이 수면 패턴이 불규칙한 사람들은 성기능 장애가 더 자주 보고된다. 연구에 따르면 생체 시계가 서로 다른 커플(예: 한 사람은 저녁형, 다른 사람은 아침형)의 경우 성적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성적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의 생체 시계 유형을 이해하고 수면 패턴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장한다.

수면 질 향상을 통한 성생활 개선 전략과 전문가의 제안


성적 만족도 향상을 위해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추천하는 것은 건강한 수면 습관, 즉 수면 위생(sleep hygiene)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다. 수면 위생이란 양질의 수면을 촉진하기 위한 환경적, 행동적 요인을 말하며, 침실을 어둡고 조용하며 서늘한 환경으로 유지하는 것, 잠들기 2~3시간 전부터 음식물 및 알코올 섭취를 피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또한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블루라이트가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잠들기 전 스마트폰이나 TV와 같은 전자기기 사용을 피하고, 대신 독서나 명상과 같은 편안한 활동을 추천한다.
지 박사는 특히 취침 한 시간 전부터는 업무나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활동을 멈추고,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성적 친밀감 자체가 수면을 개선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뉴욕의 부부 치료 전문가 이 안 코너(Ian Kerne)는 성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완 상태를 유도하며, 오르가슴 시에는 숙면을 촉진하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어 수면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장기적인 성적 친밀감과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획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성관계를 단순히 즉흥적이거나 자발적으로 기대하는 것보다는 정기적으로 성적 친밀감을 표현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너 박사는 이를 ‘의지의 창구(willingness window)’라고 부르며, 반드시 성관계로 이어지지 않아도 키스나 가벼운 스킨십을 통해 서로의 성적 관심을 지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커플의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운동은 성적 욕구와 수면을 모두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침이나 이른 오후에 하는 운동은 신체의 생체 리듬을 안정화하고 성적 만족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수면의 질도 향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성생활의 만족도 저하는 단순히 연령이나 피로의 문제로 간과할 것이 아니라 수면 습관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다. 개인과 커플 모두 건강한 수면 습관을 실천하고 서로의 생체 시계 유형을 존중하며 적절한 생활 패턴을 유지할 때, 성생활의 질과 만족도는 물론 삶의 전반적인 질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